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99.37%
4.2


지금 여기서 감상

스트리밍


작품 정보

결혼의 끝에서 비로소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

아카데미상 후보에 지명된 감독 노아 바움백이 파경 후에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한 가족을 섬세하고 따뜻하게 그린다.

예고편


감독/출연

노아 바움백
노아 바움백
감독
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요한슨
니콜
아담 드라이버
아담 드라이버
찰리
로라 던
로라 던
노라 팬쇼
알란 알다
알란 알다
버트 스피츠
레이 리오타
레이 리오타
제이
아지 로버트슨
아지 로버트슨
헨리
줄리 하거티
줄리 하거티
샌드라

리뷰

99.37%의 좋아요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1% 99%
4.5

'결혼 이야기'는 결혼 생활을 정리하기로 한 두 부부의 이별 과정을 다룬 노아 바움백의 영화다. 자연스러우면서도 뭔가 특이한 대사들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배우들과 각본의 에너지를 그대로 전달하려는 그의 스타일은 확실히 진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유망주에서 아예 차세대 스타 감독으로 거듭난 노아 바움백은 이번에도 부부와 사랑에 대한 굉장히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가져왔다.

이 영화는 주인공 부부의 이혼 과정을 그리는 영화다. 여기에는 이혼을 둘러싼 법적 공방, 자식과의 관계, 경제적 문제 같은 상당히 현실적인 내용들이 들어있으며, 이런 내용들이 이야기의 신뢰성과 몰입감에 상당히 기여를 한다. 하지만 결국 이런 내용들은 두 주인공이 이 과정을 통해 거칠 개인과 관계의 성장을 위한 촉매제다. 영화는 한때 서로 깊게 사랑에 빠졌지만, 결국 헤어지기로 결심한 부부의 관계를 복합적으로 바라본다. 한편으로는 오랜 기간의 생활을 통해 쌓인 정과 습관들에서 아직 서로에 대한 감정이 있음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이들이 왜 서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지를 두 주인공들의 입장차와 갈등을 통해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과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다르고, 그리고 그 다름에서 나오는 서로에 대한 생각의 차이, 그리고 그 차이가 쌓이고 쌓이기만 하면 결국 둘을 갈라놓게 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어느 관계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이야기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 둘은 부부의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공유하고 있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의 드라마가 나온다. 특히 양육권과 관련돼서 말이다.

이혼이라는 감정과 물량의 소모가 큰 싸움을 통해 영화는 두 주인공의 피치 못할 대립으로 이야기를 쌓아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자극적이고 요란한 방향이 아닌, 애와 증이 정말 매순간 공존하고 있고, 진심 어린 절제와 참을 수 없는 폭발이 섞여있고, 부부처럼 대하지만 더 이상 부부일 수 없는 사람들의 솔직한 대사들에서 노아 바움백의 천재성이 다시 한번 돋보인다. 그의 각본은 더 이상 인생을 함께 할 수 없다고 결심한 사람들이, 과연 정말 함께할 수 없을까와 왜 함께할 수 없을까를 고민하며, 결국 자기 자신들에 대해 더 알게되고, 자신들이 원하는 행복과 삶에도 더 가까워지는 성장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담아낸다. 영화는 누군가의 편을 들고 있지 않다. 나는 영화를 보며 한 쪽을 응원하다가, 또 다른 쪽을 응원하다가 갈팡질팡했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었다. 핵심은 이 두 캐릭터가 각자에 대해 깨닫고, 동시에 서로의 차이를 알게 되며, 각자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아가야할지에 대한 현명하고 성숙한 해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

35 mm의 질감은 아련하고 연민 어린 느낌을 주며, 마치 묘한 가족 사진을 찍는 듯했다. 광각으로 구도를 넉넉히 잡으며 솔직하고 꾸밈없는 분위기를 베이스로 삼지만, 중요한 순간들에는 망원 클로즈업으로 당기고 편집도 날카롭게 하는 바움백의 스타일은 날이 갈수록 세련돼가고 있는 것 같다. 랜디 뉴먼의 스코어는 영화와 어울리게 미니멀한 느낌이 있으며, 아주 튀지는 않았지만, 적재적소에 일종의 막내림이 돼줬다. 마크 브리지스의 의상 또한 캐릭터들의 상황과 욕망을 상당히 의미심장하게 잘 담았다. 점점 배우이자 커리어 우먼으로서 단정해지는 스칼렛 요한슨의 옷들은 마치 화려한 LA를 대표하는 로라 던의 드레스의 영향을 받아가는 듯 했으며, 언제나 셔츠로 사무적인 분위기를 내는 아담 드라이버는 뉴욕에 남아있는 그의 미련과 그로 인한 LA에서의 소외감, 그리고 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을 잘 보여줬다.

많은 사람들이 호아킨 피닉스를 2019년 최고의 남우주연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TIFF 이후 쯤부터 아담 드라이버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문대로, 아담 드라이버의 연기는 그냥 최고였다. 매 영화마다 새로운 연기를 하는 듯한 그는 '패터슨' 쪽에 가까운 절제되고, 평범하고, 가정적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이혼이 진행되며 조금씩 스며드는 두려움, 불안감과 불확실성부터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며 초조해지는 심리와 어쩌면 아담 드라이버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씬까지 이어지는 감정적 스트레스의 여정은 정말 경이로웠다. 스칼렛 요한슨도 마찬가지였다. 다소 소규모인 영화에서 주연 역할을 맡은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동안 드라마 연기의 한이라도 쌓였는지, 정말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담 드라이버와 반대로 오히려 이혼을 결정하며 자신감이 더 생기고 더 안정적으로 변해가는 그녀의 여정은 초반부의 드라마를 담당했으며, 로라 던과의 씬에서 제일 빛을 발했다. 이 둘이 보여주는 호흡도 완벽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정말 이들이 오랜 기간 결혼했던 부부라고 믿겨지며 그냥 영화 내내 그렇게 보여질 정도로 자연스럽고 깊은 호흡을 보여준 두 배우는 각자의 연기에서도 훌륭했지만, 같이 있을 때도 감탄을 금치 못 했다.


  • 0
4.5
꼬인 매듭을 한 자리에서 차분히 풀다

1. 떠오르는 신예 배우였던 '니콜(스칼렛 요한슨)'. 그녀는 뉴욕에서 우연히 만난 연극 작가 겸 제작자 '찰리(아담 드라이버)'와 사랑에 빠진다. 영화처럼 낭만적인 사랑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던 니콜과 찰리. 그러나 어느 날 니콜은 그들의 결혼생활에 '자신의 삶'이 빠졌음을 깨달은 후 이혼을 결심하고, 니콜과 찰리는 길고 긴 이혼 소송의 늪에 빠진다.

<결혼 이야기>는 끈적한 영화다. 영화는 이혼과 별거를 결심한 니콜과 찰리의 모습을 중점적으로 비추고, 그러니 이혼을 결심한 이유와 부부간의 애증이 뒤섞인 심경변화 등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 묘사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를 쉽게 묘사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에 묘사하지도 않는다. 대신 어떤 상황도, 감정도 쉽사리 결론을 내지 않고, 보는 이를 꿀처럼 짙은 감정의 늪에 끌어들인다.

2. <결혼 이야기>는 니콜과 찰리의 심정을 대변하는 특정한 상황이나 설명을 반복한다. 나콜은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이유를 거듭 이야기한다. 찰리는 니콜이 이혼을 하자고 한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이혼 소송 과정에서도 자신이 뉴욕에 사는 가족이라는 사실을 거듭 반복해서 말한다. 동시에 영화는 조금씩 변주된다. 니콜이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나 찰리가 이혼을 대하는 태도를 바꾼 이유 등이 살짝살짝 첨가되는 식이다. 니콜과 찰리가 서로에게 폭언을 쏟아내면서 대판 싸우는 장면은 이러한 연출이 절정에 다다른 대목이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한 공간에서 남김없이 쏟아내면서 쌓아 올리고 거르고 걸러서 만들어낸 가장 짙은 농도의 감정, 사랑, 증오, 연민, 자기 비하, 환멸 등을 살아 있는 그 자체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자칫 작위적이거나 혹은 지루하게 느껴질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결혼 이야기>는 이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그럴 여지를 주지 않고 개연성을 갖추는 데 성공하며, 심지어는 어떤 모습으로 둘이 결국 어떻게 이혼을 하고, 어떤 관계로 지내게 될 지에 대한 호기심까지 자아낸다. 이혼 소송은 길고 지난하기 마련이며, 니콜과 찰리의 이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혼 소송을 치르면서 둘의 감정이 점점 격해지고 짙어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렇기에 영화의 끝에서 니콜과 찰리가 흘리는 눈물은, 영화 시작부터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복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진심으로 느껴진다.

3. 이처럼 깊고 농축된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결혼 이야기>는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느리다. 한 쇼트마다 그 길이가 길고, 빠른 화면 전환이나 편집을 보이지 않는다. 둘째, 정적이다. <결혼 이야기>에서는 카메라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이러한 두 방식은 특히 니콜과 찰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때 함께 활용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혼 전문 변호사 '노라(로라 팬쇼)'를 찾아가서 니콜이 그녀의 삶, 감정, 그녀가 이혼을 결심한 계기 등을 털어놓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 씬의 시작에서 카메라는 대화하는 노라와 니콜을 한 화면에 담는다. 그러나 이내 노라는 어느새 카메라 앵글 밖으로 사라지고, 카메라 앞에는 니콜만이 남는다. 그녀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데, 그녀의 얼굴에는 첫 만남의 호기심, 떨림, 사랑의 황홀함, 기쁨, 좌절과 실망, 이혼을 결심한 결연함과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리고 카메라는 이를 클로즈 업 상태로, 몇 분간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마치 관객들이 그녀와 직접 대화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 결과 영화를 보는 사람은 순간적으로 작중 인물들의 직접적인 청자가 되고, 그들의 감정을 최소한의 잡음 가운데 수용할 수 있다.

이처럼 배우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생생히 전달하는 것은 사실 배우들의 역량에 많은 것을 맡겨야 하는 연출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스칼렛 요한슨과 아담 드라이버라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은 정말 영리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미 골든글로브 시상식 등 각종 시상식에 두 배우가 남여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4. 느리고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사랑 이야기에 불과했을 수도 있는 <결혼 이야기>이지만, 이 영화가 일반적인 이야기에 접근한 방식 또한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든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간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정작 <결혼 이야기>에서 니콜과 찰리가 실제 부부인 상태로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가 시작할 때 내레이션과 함께 등장하는 짧은 푸티지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결혼 이야기>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결혼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이 함께 살면서 서로의 삶에 남긴 깊은 자국은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의 증거라는 것을 역설적이게도 이혼을 통해 강조한다. 니콜은 이혼 소송 합의점을 찾기 위한 자리에서도 찰리의 점심 메뉴를 골라주고, 둘은 재판장에서 자신들만이 아는 서로에 대한 약점을 들이민다. 갈라서기로 한 상황에서도 무의식, 혹은 의식 중에 남아 있는 서로에 대한 애정을 본인들도 모르게 확인한다. 이처럼 <결혼 이야기>는 낭만적인 사랑과 사랑의 현실을 한 장면 안에 동시에 담아내면서 결혼의 양면적인 이야기를 영리하게 풀어낸다.

5. 이혼이라는 소재 자체가 싫거나, 혹은 배우들이 싫거나, 또 느린 호흡의 작품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결혼 이야기>는 쥐약이나 다름없을 영화다. 그러나 깊고 짙은 사랑, 애틋함, 회한, 아쉬움 등의 감정에 2시간 동안 원 없이 빠져보고 싶다면, 결혼과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볼 기회를 잡아보고 싶다면, 두 주연배우의 뛰어나고도 세심한 표정 연기의 매력에 온전히 빠져보고 싶다면, <결혼 이야기>는 결코 거를 수 없는 영화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영화답게 차분히 풀어낸 결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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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부부 간의 이혼 재판을 통해 가족 사이의 사랑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뽑자면 테드가 정글짐에서 떨어져 다친 아들을 병원으로 데려가는 장면이다. 이혼 재판에서 상대편 변호사는 이 문제로 직장에 제대로 가지 못한 테드를 직장생활과 육아를 동시에 할 수 없는 무능한 아버지로 몰아간다.

테드는 아이가 다쳤다는 사실을 열변하고 이런 테드의 모습에 아내 조안나는 눈물을 보인다. 그녀는 테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아이로 인해 어떠한 희생도 감내할 수 있다는 걸 그녀는 알기 때문이다. 이혼 소송이 진행될수록 더 진해지는 건 가족 사이의 끈끈한 사랑과 서로를 향한 이해다. 노아 바움백 감독의 영화 <결혼 이야기>를 보고 이 명작이 떠오른 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결혼 이야기>는 노아 바움백 감독을 평단에게 인식시킨 그의 초기작 <오징어와 고래>의 확장판이라 볼 수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양쪽을 오가며 생활하는 아이들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부부의 싸움을 오징어와 고래에 비유하며 그 사이에서 방치된 형제의 모습을 그려냈다. 창작에 있어 감독의 자유를 폭 넓게 인정해 주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노아 바움백은 초기작의 주제를 가져왔다. 대신 그 시점은 아이들이 아닌 부부를 향한다.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찰리(아담 드라이버) 부부는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를 위해 친구 같은 부부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합의 이혼을 하고자 한다. 찰리는 니콜이 LA로 헨리와 함께 떠날 수 있게 허락해 주고, 니콜은 날을 정해 찰리가 헨리와 만나는 걸 허락한다. 부부 간의 합의로 끝날 것만 같았던 이혼은 니콜이 변호사 노라 팬쇼(로라 던)를 찾아가면서 복잡해진다. 조언이나 받아볼 겸 찾아갔던 노라 팬쇼는 니콜의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니콜은 이혼 합의서를 찰리에게 준다.

노라 팬쇼의 개입이 큰 문제가 아니라 여겼던 찰리는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으면 양육권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다는 노라의 전화에 기겁한다. 그는 변호사 제이(레이 리오타)에게 헨리가 뉴욕을 떠나 LA로 간 것부터가 재판이 불리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찰리는 점점 니콜에게 저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점점 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작품은 세 개의 관계를 통해 이혼을 앞둔 부부 그리고 가정의 문제를 예리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첫 번째는 찰리와 헨리의 관계이다. 연극 감독 찰리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바빠진다. 자연스레 헨리에게 신경 쓸 시간이 줄어든 그는 이혼소송까지 겹치면서 헨리와의 시간을 헨리를 위한 시간이 아닌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바꾸어 버린다. 변호사들을 만나는 데 헨리를 동행시키는가 하면 할로윈 때 쉬고 싶어 하는 헨리를 늦은 시간에 데리고 나간다.



헨리는 자연스럽게 찰리와의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찰리의 말에 곧장 반응하려 들지 않는다. 이혼소송으로 마음이 급해진 찰리는 점점 헨리를 이해하기 보다는 헨리가 자신을 이해해주길 바라게 된다. 아버지가 읽어주는 동화를 좋아했던 헨리는 찰리의 말 하나하나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점점 거리감을 느낀다.

두 번째는 니콜과 노라, 찰리와 제이의 관계다. 변호사인 노라와 제이는 니콜과 찰리는 두 사람의 앞날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부부의 이혼이 수임료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이 되길 바라며, 오직 고객의 승리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다. 부부의 문제는 완전히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들다. 두 사람이 살아온 세월 동안 다양한 감정과 사고가 얽매이는 순간들이 존재하며 모든 선택은 이성에 따라 진행되지 않는다.

하지만 법은 오직 사실만을 바탕으로 문제를 판단한다. 그래서 양측의 변호사들은 어떻게 하면 상대를 더 깎아내릴 수 있는지, 자신의 의뢰인은 문제가 없게 만들 수 있는지를 포장하는 데 급급하다. 문제는 이런 노라와 제이의 존재가 니콜과 찰리의 분신처럼 여겨진다는 점이다. 부부는 서로의 변호사를 바라보며 상대를 향한 분노와 증오의 감정을 떠올린다. 그 순간 사랑이라 여겼던 순간은 참고 살아온 지옥의 나날로 변모한다.


세 번째는 니콜과 찰리의 관계이다. 첫 만남 때 니콜은 할리우드의 주목받는 신인 여배우였고 찰리는 실험적인 시도를 하는 연극 감독이었다. 니콜은 찰리에게 반했고 그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겼다. 세월이 지나면서 찰리는 명성을 얻고 브로드웨이에 진출한 감독이 된 반면 니콜은 극단의 여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가 되었다. 이에 니콜은 LA를 향하고 다시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이런 결혼생활 속에서 서로에게 품었던 불만을 부부는 밑도 끝도 없이 서로에게 폭언으로 내뱉는다. 이 순간이 가슴 아픈 이유는 노아 바움백 감독이 설정한 영리한 도입부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찰리와 니콜은 상담에 앞서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적어온다. 이 내용은 서로가 함께해서 좋았던 추억들을 장면과 내레이션으로 보여주며 행복했던 나날들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나열한다. 그래서 부부는 왜 이렇게까지 상황이 악화되었는지 괴로워한다.

결혼생활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사랑과 애정, 즐거움이 있지만 희생과 인내, 고통의 순간도 존재한다. <결혼 이야기>는 한 부부의 파경을 통한 붕괴와 회복의 과정을 통해 완전한 행복도, 불행도 없다는 다소 냉소적일 수 있는 이야기를 따스하게 그려낸다. 드라마적인 격렬함이나 감정의 과잉보다는 부부가 함께 즐거워하고 힘들어하는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깊은 공감을 유도한다.

<오징어와 고래>가 아이의 '성장'을 통해 아픔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암시를 주었다면 <결혼 이야기>는 확실한 마침표 대신 쉼표를 통해 고통과 상흔을 이겨내는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니콜과 찰리 부부에게 이혼의 순간은 두 사람의 삶에 쉼표이며 그들 사이의 관계가 끝이 났다는 마침표가 아님을 암시하며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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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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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서로의 장점이 이토록 많은데...

니콜의 매력은...

성가신 상황에서도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재주다.

남의 얘기를 귀담아들으며...

주야장천 듣고 있을 때도 있다.

까다로운 가족 문제에서도 언제나 정답을 안다.

내 생각만 고집해도 상황에 따라 날 밀어붙이기도 내버려 두기도 한다.

이발도 직접 해준다.

니콜은 시시때때로 마시지도 않을 차를 우린다.

양말 치우기, 찬장 닫기 설거지 같은

집안일에 젬병이지만 날 위해 노력한다.

니콜은 배우와 감독 영화와 TV의 중심지인 LA에서 자랐다.

그리고 어머니 샌드라, 언니 캐시와 굉장히 끈끈하다.

니콜은 선물도 잘 고른다.

진짜 잘 놀아주는 엄마다. 놀다가 마는 일이 없고 힘들다는 말도 안 한다.

때로는 지칠 법도 한데 말이다. 니콜은 경쟁심이 강하다.

팔 힘이 좋아서 병뚜껑도 가뿐히 따는데 얼마나 섹시한지 모른다.

냉장고는 늘 터지기 직전이며 배가 고플 새가 없다.

수동 차도 몰 수 있다.

영화 '올 오버 더 걸'을 찍고 LA에 남아 스타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 포기하고 나랑 뉴욕에서 연극을 했다.

춤도 잘 추고 춤에 꽝인 나도 따라 추고 싶어진다.

니콜은 뭘 모르거나 보지 못한 책이나 작품이 있어도 솔직히 말하지만

난 아는 척이나 본 지 오래된 척을 한다.

니콜은 내 엉뚱한 실험 정신에 기꺼이 장단을 맞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배우다.





찰리의 매력은...

급하지 않은 성격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떤 실패를 만나든 자기 뜻을 꺾지 않는다.

찰리는 끝장을 낼 기세로 음식이 모자란 것처럼 먹는다.

게걸스러워서 샌드위치가 목에 걸릴 판이다.

하지만 굉장히 깔끔해서 정리 정돈은 믿고 맡긴다.

찰리는 에너지 절약가다. 거울도 잘 안 본다.

영화를 보며 잘 운다. 뭐든 혼자서 잘해서

양말 깁기, 요리 셔츠 다림질도 뚝딱이다.

찰리는 지는 일이 거의 없다. 나만 지는 기분이다.

내 감정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져 주거나 폭발했다고 자괴감을 주진 않는다.

찰리는 옷을 잘 입는다. 남자로서는 드물게 난처한 꼴을 보이지 않는다.

찰리는 거침이 없다. 경쟁심이 강하다. 아빠 노릇을 즐긴다.

보통 사람들이 싫어하는 아이의 생떼나 밤에 깨는 것도 좋아한다.

너무 좋아해서 거슬릴 정도지만 좋을 때가 많다.

찰리는 곧잘 자기 세상에 빠진다.

누가 이빨에 음식이 끼거나 얼굴에 묻으면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게 알려준다.

찰리는 자수성가했다. 딱 한 번 뵀지만... 남편 말에 따르면 술고래에 폭력도 쓰셨다.

인디애나에서 무작정 뉴욕으로 온 찰리는 이제 그 누구보다도 뉴요커 같다.

주변 사람은 누구든 가족을 만드는 데 뛰어나다. 극단 사람들도 그에게 빠져 모두 소속감을 느낀다.

인턴 하나도 무시하는 법이 없다. 우리끼리 나눈 농담도 다 기억한다.

찰리는 굉장히 조직적이고 철저하다. 뭘 원하는지도 정확히 안다. 확신이 없는 나랑은 정반대다.




넷플릭스에서 5월 중에 곧 막을 내린다는 예고를 접하고는

몇 달 전에 관람한 영화였지만 웰메이드무비였기에 오늘 재관람했다.

LA를 배경으로 한 니콜(스칼렛 요한슨)과 뉴욕을 배경으로 한 찰리(아담 드라이버) 두 장의 포스터가 멋지다.



니콜과 찰리, 두 사람의 결혼 이야기가 종지부를 찍어야 할 때인가?

서로에게 끌려서 결혼했지만 이제 두 사람은 이혼을 결심하고

아이의 양육권 싸움을 두고 서로에게 피 터지게 상처 주며 적나라한 감정의 밑바닥까지 드러낸다.

두 사람의 연기와 대사가 영화의 전부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워낙 애정 하는 배우, 특히 음색이 매력적이지.

그녀의 영화는 대부분 관람했지만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은?



<패터슨>이란 영화 한 편으로 아담 드라이버의 팬이 되어버렸는데...

이 두 사람의 섬세한 감정 선과 연기톤이 정말 훌륭했다. 영화가 아니라 실제 부부인 것처럼 보일 정도였으니...


그들이 바닥을 드러내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해야 할까?

암튼... 완전히 몰입해서 관람한 시퀀스는? 부부란 1:1의 관계가 아닌 철저히 3:3의 관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던 부분!



"이제 생각을 바꿔야지. 헨리를 지켜야 해."

"동감이야."

"노라(니콜의 변호사) 말로는 감정인이 각자의 집에 찾아와 헨리랑 우리를 면담할 거래. 친구랑 가족 사이 나쁜 사람들도 우리가 부모 노릇을 어떻게 하는지도 지켜보고."

"벌써 끔찍하네."

"내 말이. 평소에 내가 어떤 엄마인지 보면 절대 양육권 못 받을걸. 농담이었어."

"알아,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 우리 둘이 합의를 보자."

"내가 처음부터 그러자고 하지 않았나?"

"그건 아는데 그때랑 상황이 다르잖아."

"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어쨌든 둘이 얘기해 볼가?"

"좋아. 어떻게 시작하는데?"

"내가 왜 LA에 살고 싶은지 이해해?"

"그렇게 말하면."

"찰리, 그런 식으로 나오면 도움이 안 돼. 진짜 몰라서 그래? 여기서도 살기로 약속했던 거 까먹었어?"

"이것저것 상의는 했지. 결혼하고 여러 얘기를 했잖아. 유럽에 가자는 말도 했고. 그것 말고도... 그걸 찬장이라고 하나? 아, 식기장! 소파 뒤에 그걸 놓자고도 했지. 근데 다 안 했잖아."

"여기서 1년 살 수 있었는데 게펀 극장의 제안을 거절했잖아."

"안 당겼으니까. 훌륭한 극단이 있고 멋지게 살고 있었잖아."

"그게 멋진 삶이었다고?"

"무슨 뜻인지 알잖아. 우리 결혼 얘기가 아니고 브루클린 생활 말이야. 일에 있어서 솔직히 다른 거는 생각도 안 했어. 바로 그게 문제 아니야?"

"난 당신의 아내였는데 내 행복에도 신경 썼어야지."

"당신도 해복했잖아. 괜히 이제 와서 불평하는 거지."

"좋아. 우리... 난 이제 여기서 일하고 가족도 여기 있어."

"당신 드라마가 편성돼서 헨리를 여기 학교에 보내기로 한 거야. 촬영이 끝나면 뉴욕으로 돌아올 줄 알고 그랬다고."

"여보, 당신 멋대로 짐작한 거지. 그런 얘기는 한 적 없잖아."

"얘기했거든!"

"우리가 언제?"

"기억은 안 나지만 분명히 얘기했어."

"난..."

"그때 전화로!"

"여보, 끝까지 들어! 미안, 여보가 입에 붙어서. 난 헨리가 여기서 행복하고 촬영이 계속 진행되면 여기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

"당신 혼자 생각한 건 나야 모르지."

"당신의 이기주의 때문에 여기서 안 살았을 뿐이야.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남 생각은 안 하잖아."

"나랑 결혼하지 않고 다른 인생을 살았으면 하겠지만 현실은 이거야."

"그럼 어쩔 거야?"

"모르지."

"노라가 여기서 되돌릴 순 없댔어. "

"노라 얘기 그만해! 내가 늘 LA에 살았다고 하는 노라도 짜증 나. 난 여기 산 적도 없는데. 날 모욕해도 듣고만 있고."

"제이(찰리의 변호사)도 내 욕했거든! 그러게 버트를 왜 잘랐어!"

"나도 재수 없는 변호사 쓰려고."

"변호사들이 우리 둘 다 씹었다고 인정하고 그냥 넘어가자."

"노라가 더 심했거든."

"제이는 내가 술 중독자랬어! 당신은 내 뒤통수를 치고 지옥에 빠뜨렸어. 당신 때문에 난 결혼 생활 내내 지옥이었어."

"그게 지옥이었다고?"

"그러더니 헨리까지 고생시키려고 하잖아!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려고."

"이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아니, 원하긴 하지만... 다... 헨리를 위해서였어!"

"당신이 언제 헨리 옆에 있었고 아이 생각에 신경 썼는데?"

"닥쳐."

"당신이나 닥쳐! 당신이 아들 말이고 남들 말이고 들으면 헨리는 여기 살고 싶다고 할 거야."

"당신 생각을 헨리한테 강요하지 마."

"헨리는 LA가 더 좋댔어."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해 주는 것뿐이야!"

"당신은 종일 전화만 붙잡고 놀아 주지고 않는다며?"

"LA에서 이혼 소송하면서 뉴욕의 연극을 감독하느라 그랬지! 근데 내가 없어서 폐막됐어. 나랑 극단에 큰 기회였는데."

"양육권 원치도 않으면서 싸우긴!"

"모두를 실망시켰어."

"당신도 아버님이랑 똑같아."

"우리 아버지랑 비교하지 마!"

"비교한 게 아니라 아버님처럼 행동한다고."

"당신은 당신이 싫어하는 어머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지. 헨리를 숨 막히게 한다고."

"난 엄마를 사랑해, 좋은 분이야."

"당신이 했던 말이잖아."

"그리고 어떻게 내 양육법을 엄마랑 비교해! 아빠는 몰라도 엄마는 안 닮았거든!"

"닮았어! 우리 아버지도 닮았고! 가끔 우리 어머니 같기도 해! 세 사람의 단점을 다 가지고 있다고! 어머님을 제일 닮았지. 침대에 누워서 당신을 보다가 어머님이 생각나 역겨울 때도 있었어!"

"난 당신이 손대면 불쾌했어!"

"당신은 게을러서. 내가 침대 정리하고, 찬장 닫고."

"당신이랑 섹스한다고 생각하면..."

"당신이 어지른 걸 치웠어."

"피부를 벗겨내고 싶다고."

"당신은 LA든 어디서든 절대 행복할 수 없어. 나랑 반대인 더 좋은 남자를 만나도. 몇 년 후엔 당신 의견을 내겠다며 그에게도 저항하겠지. 근데 당신이 진짜 원하는 건 그냥 의견을 못 냈다고 징징대는 거야!"

"당신이랑 결혼했던 날 생각하면 스스로가 낯설 정도야!"

"그건 조혼이었다고."

"당신은 퇴보했어. 날 만나기 전으로 돌아갔다고. 눈물 나네. 주변에서 당신은 너무 이기적이라 예술가로 성공하기 힘들다고 해도... 난 당신을 변호해 줬어. 근데 그 말이 맞네."

"연기 잘하는 것도 다 지난 일이고 다시 삼류로 돌아갔어!"

"당신은 날 조종했어! 당신은 진자 악질이라고."

"법정 싸움에서 유리하니까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거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알다시피 당신이 이 인생을 택했어! 변덕 부리기 전까진 이걸 원했지! 당신은 LA를 떠나려고 날 이용했어."

"그런 적 없어!"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날 원망해! 당신은 늘 내가 뭘 잘못했고 얼마나 부족한지 절실히 느끼게 했어! 당신이랑 사는 거 재미없었다고!"

"그래서 다른 여자랑 놀아났어?"

"잤다고 화내면 안 되지! 즐거웠단 사실에 분개하라고!"

"메리 앤을 사랑해?"

"아니. 그녀는 날 미워하진 않아. 당신은 날 미워했지."

"당신도 나 미워하잖아. 우리랑 일하는 여자랑 잤고."

"당신이 작년부터 잠자리를 거부했잖아. 그러니까 바람이 아니지."

"그건 바람이야!"

"난 그럴 기회가 넘쳐났어. 자수성가한 20대 감독이었고 유명 잡지 표지를 장식했으니까. 잘 나갔고 여러 사람이랑 즐기고 싶었지만 참았어! 당신을 사랑했고 잃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땐 20대였고 즐길 기회도 놓치기 싫었지만 지나쳐 버렸어! 당신은 단기간에 많은 걸 원했고 난 결혼할 생각도 없었어. 그건... 젠장! 난 놓친 게 많다고."

"아주 고맙네!"

"천만에! 당신을 평생 알아야 한다니 끔찍해!"

"당신은 제정신이 아니야! 그런데 이기고 있지!"

"장난해?"

"난 결혼을 유지하고 싶었어. 난 이미 졌다고."

"내가 당신을 더 많이 사랑했잖아."

"그게 LA랑 무슨 상관인데? 뭐?"

"당신은 이기적인 데 너무 익숙해져서 이제 당신이 이기적인지도 모르고 있어. 진짜 재수 없다고."

"난 매일 눈뜰 때마다 당신이 죽길 바라! 헨리만 괜찮다는 보장만 있으면 당신이 병에 걸려 차에 치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맙소사! 미안해!"

"나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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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보지 못한 사람들의 이혼 이야기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니콜과 찰리는 절대 서로를 사랑하지 않아서 이혼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니콜은 결혼 생활 속에서 온전한 나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찰리는 일에만 충실했기 때문에 자신이 니콜과 아들인 헨리에게 이기적으로 행동했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나'를 돌보지 못한 두 사람의 이혼 이야기는 이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였으나, 그 안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이 없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격해지는 상황 속에서 정말로 니콜과 찰리의 사랑이 변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으나, 영화는 그들의 사랑이 달라졌다고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니콜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 배우와, 찰리를 맡은 아담 드라이버 배우의 연기가 그들의 감정선을 아주 잘 표현해 준 덕분에 주인공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나'를 돌보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차분히 진행될 것이란 기대와 달리 격하고 힘든 싸움까지 벌이게 되었다. 그 안에서 모든 감정을 털어낸 니콜과 찰리. 이후 이혼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두 사람의 싸움도 끝이 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찰리는 헨리를 통해 깨닫는다. 니콜이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아마 동시에 자신 또한 니콜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에 그가 눈물을 흘린 게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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