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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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고 대담하지만 엉성한

원래는 2020년 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으나 코로나로 개봉이 이리저리 밀렸고, 결국 넷플릭스로 공개된 <차인표>는 흥미로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데뷔 26년 차로 이제는 활발하게 활동하지는 않지만 엄연히 현역인 배우의 실명을 제목으로 내세웠고 제목의 배우가 가상의 본인을 연기하는 컨셉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꽤나 대담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 내에서도 이를 자극적인 외형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이 컨셉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참신하고 대담하며 꽤 정확한 방향을 제시했지만 결국 영화로서, 코미디 영화로서 이를 한 데 묶는 데 있어서 이 영화는 비교적 엉성한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연기하는 배우와 캐릭터가 동일시가 된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캐릭터의 이미지가 아주 강하게 드러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배우 차인표[차인표 분]를 바라보는 여러 일반인의 시선, 과거 작품이 남긴 이미지를 보여주고 차인표가 촬영하고 있는 광고 현장 장면으로 넘어간다.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문하는 감독[윤병희 분]의 주문을 뒤로하고 과하게 멋있게 보이려는 고집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차인표의 모습은 조금은 과장된 톤으로 구현되지만 배우 본인이 스스로를 연기한다는 점이 이러한 부분을 어색하지 않게 만들고 오히려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이후 매니저 아람[조달환 분]을 구박하는 장면이나 배우자 신애라[신애라 분]와의 통화, 이병헌,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등 다른 배우들을 언급하며 명예욕을 드러내는 장면 등, 이 장점은 여러 장면에서 꾸준하게 발휘된다. 이렇게 표현한 캐릭터를 일련의 해프닝을 통해 무너뜨려 나가면서 영화는 차인표의 달라진 모습을 표현하는 데 성공한다.


주제나 기획 의도를 이렇게 텍스트로 보았을 때는 분명 장점이 느껴지는 영화다. 하지만 102분짜리 코미디 영화로서는 영화가 그렇게 매끄럽지만은 않아 보인다. 영화가 주된 상황으로 삼는 소재가 일종의 해프닝이라 우연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고 코미디라는 장르가 과장을 크게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인표>는 영화로서의 구성이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영화의 방향은 분명 차인표를 향하고 있지만 영화의 전개는 대부분 차인표가 아닌 외부 요인(땅 위의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물론 단물 쫙 빼먹히고 버려진 수리공, 자존심까지 버려가며 캐어해주는 매니저 등 결국은 등장하는 요소들이 차인표에게로 돌아오는 것은 맞지만 이야기가 충분히 집중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비슷한 상황을 공유하는 김성훈 감독의 <터널>과 비교해보면 무슨 이야기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상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차인표를 배제할 만큼의 재미나 설득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시시때때로 말을 바꿔가며 변명을 하는 매니저 아람의 모습이나 불필요하게 오버스러운 소방대원, 사사건건 마찰을 빚는 학교 당직자, 철거 인력 등. 외부 인원들이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는 그렇다 할 매력을 크게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불어 코미디의 타율도 아주 높다고만은 못하겠다. 편집이나 CG의 활용 등 표현하는 방식 자체는 인상적인 편이었지만 그것이 원초적으로 '웃긴가'라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하긴 어려워 보인다.


결국 <차인표>는 참신하게 접근한 작품이지만 그 내실이 아쉬운 작품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영화가 그리 강한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의의가 없다고는 못하겠다. 영화는 메타적인 해석으로 차인표라는 배우를 통해 재미있는 이미지를 여럿 뽑아냈다. 특히 본인을 연기한 배우 차인표의 살신성인의 연기가 이 부분을 더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비록 이 영화 자체에는 큰 아쉬움을 받았지만 이러한 형식의 도전은 꾸준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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