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4.0

깊이있는 인물로 기품있게 일궈낸 기분 좋은 앙상블

2017년, <레이디 버드>로 뛰어난 배우를 넘어 뛰어난 감독임을 증명한 그레타 거윅의 차기작은 이미 수차례 영화화된 고전, [작은 아씨들]이었다. <레이디 버드>로 어리고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를 성공적으로 풀어냈던 그레타 거윅 감독이기에 고전적인 [작은 아씨들]을 선택한 것은 의외라 느껴졌고 더군다나 이미 성공적인 영화화 사례가 오래전부터 수차례 존재했던 [작은 아씨들]이라 더더욱 의외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니 그 선택의 이유가 충분히 와닿았다. 감독 본인에게는 1인극(<레이디 버드>)에서 앙상블의 이야기로 확장하는 계기이면서 동시에 다시 한번 성공적인 여성 서사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장점은 살리면서도 감독의 세계를 확장한 좋은 영화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여러 인물들의 앙상블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얼샤 로넌, 엠마 왓슨, 플로렌스 퓨, 엘리자 스캔런, 티모시 샬라메, 로라 던, 메릴 스트립, 등등등. 각각의 좋은 배우들이 펼치는 뛰어난 연기와 그 연기들이 합쳐져 폭넓게 상황을 살려낸다는, 표면적이고 기술적인 이유에서도 아주 뛰어나고 보는 재미가 충분하지만 그 앙상블의 상황을 살려내고 활용하는 연출이 아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네 자매의 과거, 그리고 그들이 살던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앙상블 자체가 다수 등장할 수밖에 없고 감독은 그 상황에서 주요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도 각 인물들의 개성을 아주 잘 살려내고 있다.



그러한 장면은 수도 없이 등장하지만 딱 하나의 예시를 들자면 영화 초반 등장하는 크리스마스 장면을 들고 싶다.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자신들의 음식을 불우한 이웃에게 주자는 어머니[로라 던 분]의 말에 네 자매는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그리 탐탁지만은 않아 보이는 에이미[플로렌스 퓨 분]와 조[시얼샤 로넌 분], 그에 반해 어머니의 의견에 곧잘 따르는 메그[엠마 왓슨 분], 베스[엘리자 스캔런 분]. 결국 어머니의 의견에 따르긴 하지만 잠깐의 대화를 통해 인물을 아주 잘 드러낸다. 이러한 묘사를 겹겹이 쌓아나가면서 영화는 인물들의 깊이감을 더해나가고 그 깊이감이 새로운 앙상블을 만들어내며 선순환을 이어나간다.


인물들의 깊이감이 확보가 되기에 꽤나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이야기해도 그리 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예를 들면 소설가이자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조가 가족, 그리고 그 당시 시대와 상호작용하며 느낀 부분이 영화 내내 쌓이기 때문에 여성의 고충을 직접적이고 일상적이지 않은 말투로 언제든 이야기해도 이상하지가 않다. 이미 그 인물 자체에 대한 설명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그러한 발언에 대한 당위성을 확보해놓은 셈이다. 나머지 인물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직접적으로 이를 언급할만한 인물은 영화 내의 맥락에서 봤을 때 조가 유일하긴 하지만, 다른 인물들을 바라봐도 확실한 특징과 개성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인물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된다. 캐릭터의 성격이나 상황, 많은 부분에서 조의 대척점에 있는 메그, 천방지축이지만 점차 성장하고 각성하는 에이미, 인물의 대사를 빌리자면 "그들 중 가장 착한" 베스. 각 인물마다 큰 축을 담당하고 있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내용을 적진 않겠지만 영화의 결말은 그 네 인물의 성격이 모두 합쳐져 만든 일종의 이상향과도 같은 방향이다.


<버즈 오브 프레이>를 리뷰하며 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아무리 보편적으로 맞는 말이라도 그것이 영화의 맥락 안에서 당위성을 확보해야 비로소 영화 안에서 맞는 말이 될 수 있다고. <작은 아씨들>은 그 당위성을 깊이 있는 인물들로 확보하고 그러한 인물들의 앙상블로 확장해내며 하고자 하는 말을 풍부하게 이끌어내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향성을 이미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레타 거윅 감독은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작은 아씨들]을 선택해 영화화한 것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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