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 3.0

감탄스런 완성도, 이입하지 못한 로맨스

소재나 이야기부터가 그러하듯 회화적인 아름다움을 잔뜩 안고 있으며 사운드나 음악의 강약조절이랄까, 쓰임이 훌륭한 작품이다. 어느 장면에서 멈추어도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 같을 만큼 촬영도 좋았다.

영화 속엔 여러 은유와 상징, 메시지들이 담겨있고 유명한 기성품들을 비틀거나, 새롭게 느껴지게 하거나, 도치시켜서 각본을 채웠는데 그렇게 어렵지 않게 숨겨놓아 찾는 재미, 말하자면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만장일치로 이어지는 모두의 극찬에 비해 나는 좀 심심하게 보았다. 기술적인 부분들은 만족스러웠고, 오르페우스 신화의 변주로 완성되는 기가 막힌 특정 장면이나 비발디의 국민 클래식을 압도적인 연출과 연기로 잡아먹는 엔딩에서는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정작 아쉽게도 영화의 본질인 로맨스에 이입하지 못했다.

비슷한 작품으로 언급되는 <캐롤>을 보았을 때와는 달리 두 인물의 감정선을 머리로만 받아들이면서 따라갈 뿐 마음으로 설득당하기엔 다소 인공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다보니 후반부엔 그냥 서로 사랑한다니까 사랑하는가보다 하면서 보게 됐고 동화되어 공감한다기보다는 높은 완성도에 감탄하는 데 그쳤다.

물론 그럼에도 누군가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는 것엔 이견이 없겠지만.

7개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