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2
3.0

실패는 아니지만 성공이라 할 수는 없는 속편

엘사(이디나 멘젤)가 에렌델의 왕이 되고 안나(크리스틴 벨), 크리스토프(조나단 그로프), 올라프(조시 게드) 등이 행복하게 지내던 어느 날, 엘사는 의문의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잠이 오지 않던 엘사는 노랫소리를 따라 바닷가로 나가 노래에 응답하는데, 그러자 에렌델에서 불과 물이 사라지고 바람이 강해지며 땅이 흔들리는 이상현상이 일어난다. 이에 엘사는 노랫소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며 저주받은 북쪽 숲으로 떠나고, 안나와 올라프, 크리스토프 또한 그와 함께 한다. <겨울왕국 2>는 이렇게 전편에서 곧바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편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클리셰를 따라가다가, 몇 차례 그것을 비트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이번 속편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속편이라기 보단, <메리 포핀스 리턴즈>나 <말레피센트 2>와 같은 디즈니의 실사 영화, 혹은 MCU의 영화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속편은 기본적으로 전편의 부정이다. 수많은 속편들은 전편에서 마무리된 사건이나 관계들이 확장되어 벌어지는 방식을 택한다. 당장 올해의 예시만 꼽아봐도,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심판의 날이 없어진 <터미네이터 2>의 미래를 부정하고 반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좀비랜드: 더블 탭>은 유사가족으로 유대감을 다진 네 명의 주인공이 갈라섰다 다시 가족으로 뭉치는 이야기의 반복이며, <말레피센트 2>에서는 아예 인간 캐릭터들이 전편에서 달라진 말레피센트의 모습을 망각했다는 언급이 나오며 전편과 유사한 상황을 반복하고 만다. <겨울왕국 2>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겨울왕국 2>가 부정하는 것은 더 이상 혼자 고독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엘사의 다짐과 안나와의 관계이다. <겨울왕국 2>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통해 전편에서 성립된 다짐을 부정한다. 그리고 전편에선 한여름의 겨울이었던 에렌델의 재난이, 물, 불, 바람, 흙의 재난으로 바뀌어 반복된다.


다만 이야기의 전개는 전편과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 전편은 ‘진정한 사랑’과 관련한 디즈니 프린세스 이야기의 전형을 사용했다. 반면 이번 영화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들려준 노래에 기반하여 어떤 기원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이다. 때문에 디즈니 프린세스 클리셰 대신 최근의 (MCU와 <스타워즈>를 포괄하는) 디즈니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확장된 공간으로의 여행, 적당한 액션, 단선적이고 익숙한 이야기를 포장하는 비주얼 등이 그러하다. 때문에 영화의 단점도 명확하다. 노래 ‘Show Yourself’와 함께 등장하는 엘사의 (또 한 번의) 각성은 ‘Let It Go’만큼의 해방감을 주지 못한다. 전작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주는 올라프의 모습은 웃음을 만드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어딘가 <앤트맨>을 연상시키는 기시감이 든다. 숲의 정령들과 대결하는 엘사의 액션은 <닥터 스트레인지>나 <인크레더블> 시리즈를 통해 본 것 같은 기분이다. 영화는 전작을 완전히 반복하는 대신, 디즈니의 최근 공식들을 쫓아간다. 차라리 웨스트라이프나 아하 같은 팝 밴드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크리스토프의 ‘Lost in the Woods’ 장면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물론 이것이 <겨울왕국 2>가 완전히 실패작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엘사와 안나의 자매애는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이며,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왕위와 전통이 계승되는 클리셰(가령 말을 길들인다는 상징)가 어머니에게서 딸로 계승되는 것으로 변화한 지점,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시각적 쾌감, 전작만큼 캐치하진 않지만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즐거운 음악은 <겨울왕국 2>의 강점이다. 특히 모종의 작전을 이끌게 되는 안나의 모습이나 러닝타임 내내 디즈니 클리셰를 놀리려는 듯한 크리스토프의 존재감이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이다. 그럼에도 많은 부분에서 디즈니의 진부함을 끌어안고 있다는 점에서, 실패작이라곤 할 수 없지만 성공적이라고 하긴 애매한 영화가 되었다.

  • 0